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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 김겨울 - 책의 말들
    인사이트 2021. 5. 22. 22:33

    유튜버 김겨울님의 네번째 단독 저서.
    독서의 기쁨.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책의 말들.

    다 책에 관한 책을 쓴 김겨울 작가의 책의 말들은 100권의 책에서 뽑아낸 책에 관한 문장들과 그와 관련된 한페이지 분량의 장편(손바닥 장을 쓴다고 합니다)을 모아둔 에세이집이다.
    김겨울 작가가 읽어온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말들"은 다양한 작가들이 이미 써냈지만 이 "책"의 말들이야 말로 김겨울이란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주제가 아닌가! 하면 책을 읽어갔다.

    단편이기에 군더더기 없는 단어와 내용으로 책을 채워냈고, 나도 이런 언어와 어조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대치동 키즈라고 말하는 김겨울 작가의 학창 시절이 담긴 에세이에선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작가가 졸업한 학교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할 때면 그 학교들이 머리 속에 그려지곤 했다.
    그 학교에 다니진 않았지만 나도 그 동네를 살아왔던 1인으로써 그 학교들이 어딘지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대치동 키즈라기보단 (개포 1단지와 그 주변에서 꽤 오랫동안 살아왔고, 그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떠나왔기에) 개포동 키즈라는 말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김겨울 작가의 글 중 이 서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자주 가던 1인이었던터라 그 장소가 영상으로 보듯 머리 속에 그려졌다.
    양쪽으로 입구와 출구가 있었고, 계단벽에 쭉 쌓여있는 노끈으로 묶인 전집들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지하 서점이 나타났다.
    작가가 말하는 서점의 다락 입구 옆에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문제집이 가득하고, 그 앞은 첫번째 카운터가 있었다.
    그 카운터를 중심으로 문제집 반대편엔 음반과 외국어 관련 서적들이 있다.
    다락을 등 뒤로 하면 넓은 공간을 반으로 나눠 오른쪽은 소설이나 베스트셀러들이 있는 공간, 왼쪽은 초등학생들 문제집이나 유아들을 위한 책들, 500원정도 했던 1장짜리 악보, 만화책 등이 잡다하게 놓여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글에 나오는 회색 개량 한복을 입고 수염을 기른 서점 주인은 그 두 공간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카운터에 주로 자리잡았었다.

    꽤 많은 포인트를 줘서 문제집을 살 때면 항상 여기서 사고, 포인트로는 엄마 몰래 내가 사고 싶은 책들을 사서 보던 기억이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기기도 전, 일본의 중고 서점이 우리나라 신촌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 공간에 자주 책을 사고 팔고 했던 기억이 있다.
    먼지 쌓인 내부를 돌아보면서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찾아내던 기억들.
    어떠한 공간보다 나에게 책에 대한 냄새와 기억으로 남아있을 공간이다.
    재개발로 주변에 전부 다 공사에 들어가고 단지 내부에 있던 초,중학교도 문을 닫은 상황이라 이 서점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한번 추억 여행을 위해 찾아가볼까 싶다.


    어떤 이들은 문학을 읽지 않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허구의 세계가 쓸모없다 믿고, 당장 써먹을 만한 지식을 알려 주는 책만이 가치가 있다 여긴다. 그러나 비효율이 곧 우리가 삶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임을, 더 나아가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힘임을 경청하는 이들을 안다.


    문학을 읽는 사람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만 읽는 지인은 꽤나 그에 대해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자기는 오히려 소설은 읽지 않는다면서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의 유용함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작가는 문학을 읽지 않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당장 써먹을 만한 지식을 알려 주는 책'이 자기계발서는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주변에서 '문학'을 읽지 않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을 딱 1명만 봐왔던 터라 의외의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비효율이 곧 우리가 삶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이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내가 힘들던 시절 소설을 읽으며 울고 웃으면서 내 감정을 해소했던 그 경험들이 떠올랐다. 나이가 들며 점점 소설에서 멀어지게 된 것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읽기 시작하면 흐름을 끊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 속에 나를 맡겨 이리 저리 흔들리는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나도 흘러가는 것이 그립지만 다시금 시작하기에 내 시간에는 그것을 위한 '작은 여유'조차 없다고 생각했기에 눈을 돌리지 않으려 애써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다시 문학을, 소설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그리고 나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



    작가의 많은 이야기들을 보며 나와 공통된 부분을 찾아보다 보니 나의 이야기도 이렇게 떠오른다.
    그래서 김겨울 작가가 너무나 소중하다.
    나와는 조금 다른 시간을 지냈지만, 같은 공간을 향유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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